소동의 시작은 김정본이었다. 자판을 두들기다 말고 제일 먼저 기함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그는 모두에게 방금 봤냐며 확인을 시켰다. 야근이 한창이던 특임실은 덕분에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아니 무슨. 검찰청에 벌레가 있어요?’ ‘뭔 소리래. 검찰청은 사람 없습니까. 여기 다 사람인데. 사람 살면 벌레도 살고 먼지도 있고 그런 거지.’ ‘여기 건물이 ...
황시목은 한여진과 만난 날로부터 현재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그 간격과 정황을 세분한 타임라인을 갖고 있었다. 단순한 카운트나 기념은 아니었다. 한여진이 오랜 고민 없이 이름표를 붙이고 필요하면 색인하는 어느 날은 황시목이 일일이 구분지어 비교해내야 하는 어떤 감각이었다. 줄거리를 가진 사건에서부터 한 줄의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사랑에는 용량이 있다고 믿는 한여진은 때문에 누구와도 평생은 함께 하지 못할 거라고 진작 결정해뒀다. 그 결정은 황시목을 만나기 전 이미 굳어진 거라 과연 번복될 수 있을까 조금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와 함께 하는 걸음을 일일이 믿거나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황시목과의 시작이 가볍진 않았다. 그를 만나기 전 한여진은 세 명 정도의 상대와 진지하게 만...
심심하게 먹는 취향을 알아서 양념을 아예 따로 옆에 놔줬다. 한여진도 간이 센 음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시목은 맵고 짠 맛에 특히 취약했다. “천천히 먹어요. 밥 더 있는데.” “괜찮습니다. 이것만 먹을게요.” “하여간 검사님네 회사도 참 변함이 없네. 사람 밥은 좀 멕여가면서 일을 시키지.” “빨리 끝내고 오려고 안 먹은 거라서요.” “응?” “원래...
연인까지를 생각하진 않았다. 부부는 더 아니었다. 한여진은 같은 방향을 보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황시목을 믿었고 그에 따른 깊은 호감이 있었지만 그날까진 그게 다였다. 왜 하필 그날이었을까. 그토록 붙어다니던 때가 아니고 그날. 이상했다. 일에 파묻혀 지내던 한여진이 경찰 생활 시작하고 처음으로 작정한 장기 휴가가 3일차로 접어들던 때. 그날은 날씨부터 이상...
아침부터 후덥지근했다. 해가 뜬 뒤로 차근히 들어찼을 열기에 더워서 깬 한여진이 실눈만 겨우 뜬 채 억지로 한 발, 꿈에서 벗어났다. 좀 전까지 꾸던 꿈이 아직 의식 저편으로 멀어지다 말았다. 이 시간에 이 정도면 이따 낮엔…. 뜬 눈을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떴다가. 연신 멍하니, 밖은 지옥이다 오늘은 절대로 나가지 않는다 반복해서 다짐했다. 그러면서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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